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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웅명의 동몽골 사막기행(1)] -샤인샨드(Shainshand)를 가다.-:생태환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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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웅명의 동몽골 사막기행(1)] -샤인샨드(Shainshand)를 가다.-

Eco-Times | 기사입력 2023/04/28 [09:14]

[금웅명의 동몽골 사막기행(1)] -샤인샨드(Shainshand)를 가다.-

Eco-Times | 입력 : 2023/04/28 [09:14]

 

 

 

 



4월 말이 되면서 날씨가 풀린다. 이제야 겨우 나무의 움들이 세상 밖으로 터져 나올 듯 얼굴을 내민다. 그래도 바람이 불면 북극 시베리아의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는 날씨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본격적인 봄을 맞을 것 같다.

 

울란바타르 시내는 아직도 푸나무의 모양이 황량하고 두터운 겨울 옷을 입고 있는 듯하다. 동남쪽 사막 지역 그곳은 남녘이라 봄이 빨리 와 있을 것 같다. 긴 겨울에서 벗어나 봄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고 싶다. 도르노고비(Dorno Gobi, 동고비)의 ‘고비’는 몽골어로 ‘황량한 땅’이란 뜻이다.

 

몽골어 개인교수인 니마(Nyamaa)와는 오래전에 약속한 터라, 샤인샨드(Shainshand)로 함께 가기 위해 울란바타르 기차역에서 아침 9시 30분에 만나기로 해서 일찌감치 숙소를 나선다. 오늘따라 하늘은 흐리고 역으로 가는 길은 갑자기 내린 비로 흙탕물이 고였다. 길 떠나는 나그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 울란바타르 도시 풍경, 이곳을 떠나는 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 Eco-Times


몽골은 비가 적은 지역이라 울란바타르 시내는 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다. 그래도 여행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나는 일찍 역에 도착해 며칠 전에 예약한 창구를 찾아 기차표 영수증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일하는 몽골 여직원은 영어로 의사가 통하지 않아 내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며칠 전에 여권 제시를 하면서 기차표를 사고 돈을 지불했는데 그때 영수증을 받지 않아 지금 받으려고 한다고 몇 차례 설명해도 엉뚱한 반응을 한다. 그녀가 영어를 할 줄 아는 여인과 핸드폰 통화를 시켜주었고 나는 내 의도를 말한다. 그런데도 제대로 의사전달이 되지 않는다. 이 답답함이란.

 

지금까지 내 주변에는 몽골어 통역이 있거나 영어로 의사소통이 쉬운 인물들이 있어서 불편함을 못 느꼈다. 그러나 지금처럼 몽골인들 속에서 간단한 몽골어라도 못하면 벙어리 냉가슴 앓듯 도무지 답답하다. 그러는 사이에 니마 교수가 도착했다. 그녀에게 나의 뜻을 전하니, 기차표를 내가 샀으니 이 기차표가 영수증을 대신할 수 있다고 간단하게 설명해 준다. 난 이곳 창구 여직원에게 억지를 피운 셈이다. 몽골 법을 잘 몰라 생긴 에피소드이다.

 

아침 9시 45분에 열차문이 열리는 시간을 기다린다.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 탓에 시장기를 느껴 역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수테체(몽골 전통 밀크 티) 한 잔을 사 마신다. 기차는 언제부턴가 이미 플랫 홈에서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비는 하염없이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1956년에 철도가 개통됐으니 승객들이 기다리는 역사 안팤은 고색스런 분위기를 풍긴다. 러시아와 중국을 오가는 몽골횡단철도(Trans-Mongolian Railway)의 중간기착지 겸 출발지인 울란바타르 역이라 듀티프리 샵(duty free shop, 면세점)도 보인다. 아하, 내가 탈 열차가 남북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열차이구나. 내 의식의 지평이 좁은 것인가.

 

▲ 몽골 횡단철도의 국제열차. 남으로 중국, 북으로 러시아를 오고 간다.  © Eco-Times

 

▲ 항가이 간이역과 신호를 보내는 역무원   © Eco-Times

 



기차는 울란바타르를 뒤로 하고 도시 외곽을 벗어나 초원과 구릉을 지난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들판은 아직 황량하기만 하다. 봄은 저만치 오고 있고 차창을 때리는 빗발은 좀체 수그러들 기색이 없다. 따닥 딱, 빗소리가 계속되는 차창을 통해 보니, 기차길을 따라 줄곧 늘어선 전신주, 그리고 가축들의 출입을 막을 방도로 세워진, 철사줄로 연결하거나 나무판자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방책이 끊임없이 철로를 따라 이어져 있다.

 

가축보호는 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신경 쓰는 일이다. 가축이 철로 변의 풀밭을 넘나드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리라. 기차는 남쪽으로 향하면서 초이르(Choir) 역에 선다. 서너 시간 걸려 도착한 듯하다. 4인 1실의 쿠페(coupe, compartment, 한 칸의 객실) 안은 승객이 없다. 이 공간은 서민들이 이용하기에 조금 비싼 편이라, 나와 니마가 쿠페 한 칸을 전세낸 것 같다.

 

긴 복도를 따라 열차안내원인 몽골 여성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녀는 기차표를 거두어 가고, 차와 뜨거운 물을 여행객에게 서비스하고, 그리고 잠자는 승객을 위해 긴 좌석 위에 까는 쉬트가 든 비닐봉지를 갖다 준다. 장거리 여행을 위한 배려이다. 그리고 그녀는 복도 한 켠에 부착된 작은 열탕 기구를 돌본다. 뜨거운 마실 물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불가리아의 소피아(Sofia)에서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세르비아 베오그라드(Beograd) 역까지 하루 종일 이 쿠페식 열차를 탔던 기억이 새롭다. 차가 정거하면 그녀 자신이 근무하는 방과 화장실 문을 잠그고 플랫홈에 내려, 중간 중간에 서 있는 열차승무원들, 기관사와 깃발을 흔들며 수신호를 하고 차가 출발할 때까지 주변을 살피며 대기한다. 부지런한 전문직 여성들이다. 씩씩한 모습이다.

 

러시아 이르쿠츠크에 열차 기관사를 양성하는 유명한 철도대학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몽골에도 이런 열차승무원 양성 전문 교육기관이 있으리라. 아직 날씨가 추워 이들은 푸른색 유니폼 코트를 입고 머리엔 비스듬히 캡을 쓰고 있다. 절도가 있어 보이고 사회주의 체제 시절의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기도 하다. 유니폼 패션이 육중한 기차의 차체와 대조적이라, 승무원들이 멋있어 보인다.

 

 



점심때가 돼 배가 고파 니마에게 뭔가를 먹자고 제안한다. 그녀는 열차 뒷칸 쪽에 뷔페가 있다고 나에게 알려 준다. 오케이, 뷔페라면 그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야채로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겠거니 하고 흔들리는 열차의 요동에 균형을 잡으며 뒷칸 쪽으로 몇 칸을 통과하며 이동을 계속한다.

 

쿠페와 다르게 지나는 차량은 기차 삯이 싼 서민들이 타는 열차인 듯, 좌석이 오밀조밀하게 배열되어 있고 승객들의 모습도 조금은 초라하다. 이윽고 한 칸에 카트에 간식과 과자를 싣고 파는, 우리네 옛 홍익회 판매원과 같은 사내가 보인다. 그를 피해 나는 다음 열차 칸으로 이동하려는 찰나, 니마가 ‘뷔페’라고 말한다.

 

▲ 달리는 17호 객차의 복도, 왼쪽은 열차 칸 쿠페가 있고 창측은 지나다니는 복도이다.  © Eco-Times


아하, 그녀가 말하는 뷔페가 바로 이동 판매 카트를 말하는 것이었구나. 나는 적잖이 실망하면서 카트 속에 든 구운 치킨 다리 한짝을 고른다. 그래, 뭔가를 먹어야 하루 종일 버틸 것 아닌가. 내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뷔페와 열차 안의 뷔페가 차이가 있음을 샤인샨드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깨달을 줄이야.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비가 잦아들면서 잠간 동안 섰다 떠나는 간이역 마을풍경이 한가롭기 그지없다. 사막지대의 몽골 주민들. 이들이 누런 황톳빛 사막에서 살고 있다. 마치 내가 철저한 이방인이 된 느낌이다. 나에겐 그들이 이방인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주관과 객관의 차이이고 전혀 다른 인식작용의 결과이다.

 

내가 그들을 응시하면 그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이곳을 지키고 사는 태생적으로 사막의 주인이다. 사막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이곳 간이역 차창에서 내다본 풍경은 오히려 살갑게 보인다. 꼬마 녀석들이 재미있게 농구를 하고 있고 어떤 녀석은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비가 내려 사막 땅과 대기가 온통 누렇게 물들어 있다.

 

▲ 간이역 마을 풍경, 어린이들이 노는 모습은 어디나 같다.  © Eco-Times

 



초이르(Choir)를 떠나 아이락(Airak)으로 향하고 있다. 기차는 지금 울란바타르를 떠나 거의 여덟 시간을 줄기차게 달리고 있다.

 

대지를 가르는 기차는 아이락 역에 섰다가 두 시간을 더 달린다. 이제는 완전 모래땅이다. 지금부터는 내가 익히 알고 있었고, 보고 싶었던 바로 그 고비(Gobi) 사막이다. 모래땅에도 몽골인들은 산다. 이제 비가 그쳤다. 간혹 미국의 모하비(Mojave) 사막에서 보았던 텀블링위드(tumbling weed), 마른풀 덩이가 바람에 못 이겨 간간이 구르고 있다. 어린 시절 서부영화에서 봤던 그 소품이다. 아마 간이역까지 포함해 스무 개 이상의 역을 통과해 온 듯하다.

 

▲ 온통 모래땅인 고비(Gobi), 마냥 황량하게만 보인다.  © Eco-Times

 

▲ 샤인샨드 부근 풍경, 저녁이 될 무렵 샤인샨드에 도착하다.   © Eco-Times

 

▲ 샤인샨드 역, 저녁 풍경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 Eco-Times


어스름한 저녁이 되어갈 8시 15분, 우리가 탔던 기차가 서서히 샤인샨드(Shainshand) 역두에 도착한다. 큼지막한 러시아풍의 건물 꼭대기에 부착된 키릴문자 ‘샤인샨드’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 키릴문자에 조금은 익숙해져 이를 읽을 정도가 되었다. 몽골횡단열차가 속도를 줄이며 다소곳하게 멎는다. 우리가 17호 객차를 타고 간다고 호텔측에 미리 알렸더니, 바로 그 열차계단 앞에서 며칠 전 예약한 호텔주인 내외가 우릴 반갑게 맞는다.

 

지금부터는 인구 2만의 도시 샤인샨드(Shainshand)의 속살을 볼 차례이다. 여행은 현장에 막 도착했을 때가 가장 마음이 설렌다. 낯선 곳, 그곳은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샤인샨드 역두에 내려 차를 타고 가는데 차창 밖의 공기가 후끈 단 화롯불처럼 느껴진다. 쏴한 사막의 저녁 공기가 아니다. 어찌 된 일인가?

 

호텔로 향하는 차 안에서 보는 샤인샨드는 역 주변이 개발이 덜 된 지역이라 그런지, 시가 모습이 휑하고 건물들이 듬성듬성 들어서 있다. 최근 일어난 산불 탓에 뜨거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고 한다. 모래 먼지가 마구 눈 앞을 가릴 정도로 휭휭 휘몰아쳐 차가 흔들릴 정도이다. 그래도 호텔 주위에 듬성듬성 서 있는 나무는 연두색을 띠고 있다. 봄옷을 입고 있다.

 

▲ 샤인샨드(Shainshand) 시가지 전경  © Eco-Times

 

▲ 호텔 주변 풍경, 푸르른 나무 잎새가 반가웠다. 봄이 와 있었다.이곳 주민들의 옷차림이 울란바타르 시민들 복장보다 한결 가벼워 보인다.  © Eco-Times



황폐함만이 존재할 것 같은 사막 도시 샤인샨드에도 어김없이 봄이 와 있다. 호텔 밖은 강한 모래바람이 불고 있으나, 오래된 호텔 안은 그래도 안온해서 이내 마음이 놓인다. 모텔 수준의 호텔이다. 내일 사막의 진면목을 볼 것이란 기대감을 안은 채 나는 피곤했던 하루를 마감한다. 사막 도시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날 반길까. 고비사막은 정말 풀 한 포기 없는 곳인가. 이런 조건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 가고 있는가.   (2편으로 이어집니다)

 

Eco-Times 금웅명 고문producerku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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