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월22일)은 추분이다. 추분과 춘분은 모두 밤낮의 길이가 같지만, 기온은 추분이 약 10도 정도 높다. 이는 여름의 더운 기운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추분에는 벼락이 사라지고, 벌레는 땅속으로 숨으며,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 또 태풍이 부는 때이기도 하다. 추분을 즈음하여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등 가을걷이로 바쁘다. 농촌에서는 이날 건조한 바람이 불면 이듬해 대풍이 든다고 생각한다.
‘추분’의 유래는 ‘입추’가 가을의 시작이고, ‘상강(霜降)’이 가을의 끝이라고 보았을 때, 그 중간이 되는 때가 바로 ‘추분’이 되므로 가을을 절반으로 나누었다는 의미로 ‘추분(秋分)’이라 불렀다. 중국인들이 즐기는 ‘추분’의 풍속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추제월(秋祭月: 달에 대한 가을 제사) 광동성 조주(潮州)에서는 추분에 월신(月神)을 숭배하여 형성된 ‘제월절(祭月節: 달에 제사 지내는 날)’이었으나, 추분 날 밤의 달 모습이 해마다 다르기 때문에 점차로 중추절로 바뀌었다. 중국 고대에는 추분에만 행사가 있었고, 중추절에는 행사가 없었다. 중추절이 일반화된 것은 한대(漢代) 이후이며, 중원(中原)에까지 일반화된 것은 당대(唐代)에 이르러서이다.
기록에 따르면, 주(周)나라 초기에 황제들은 춘분에는 일단(日壇)에서 태양에, 하지에는 지단(地壇)에서 땅에, 추분에는 월단(月壇)에서 달에, 동지에는 천단(天壇)에서 하늘에 제사하는 풍습이 있었다.
2. 가을채소 먹기 영남(嶺南)지방의 학산(鹤山)을 포함한 5개 고을에서는 비록 독립된 명절로 정착되진 못했지만, 추분에 가을채소를 먹는 풍습이 있다. 가을채소는 들에 나는 비름나물이며, 이 지역 사람들은 ‘추벽호(秋碧蒿)’라 부르고, 추분날에는 마을 사람들 전체가 들판으로 뜯으러 나간다. 대부분 녹색이고, 가늘며, 손바닥만 한 길이다. 일반적으로 생선과 함께 끓여 먹는데, 이를 '추탕(秋湯, 미꾸라지탕인 鰍湯과는 다름)'이라고 한다.
3. 달걀 세우기 춘분과 마찬가지로 매년 추분이 되면 곳곳에서 ‘달걀 세우기’' 대회가 열린다. 기록에 의하면 은(殷)나라 때부터 봄이 오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춘분에 달걀을 세우는 전통 놀이가 있었다.
4. 가을 소 보내기 추분 무렵이 되면 집집마다 추우도(秋牛圖)를 보낸다. 이는 우리의 복조리 돌리는 풍습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추우도는 붉은색 또는 황색의 종이에 이듬해의 음력 절기와 밭을 갈고 있는 농부의 모습이 인쇄되어 있다.
이 그림을 가지고 온 사람은 모두 말과 창(唱)을 잘하는데, 주로 가을철 농사와 그에 걸맞은 덕담을 한다. 이들은 각 가정의 형편에 따라 내용을 달리하며, 집주인이 즐거워 돈을 주면 그치게 된다. 그 내용을 ‘설추(說秋)’라고 하며, ‘설추인(說秋人)’을 ‘추관(秋官)’이라 한다.
5. 연날리기 추분 때가 되면 아이들은 마을의 넓은 공터에서 연날리기를 좋아한다. 특히 추분날에는 어른들도 참여하므로, 마을 단위의 연날리기 대회를 하는 곳도 있다. 연의 종류에는 ‘왕자(王字)연’·‘잉어연’·‘나비연’·‘번개연’·‘달빛(月光) 연’ 등이 있으며, 큰 것은 높이가 2m, 작은 것은 높이가 20~30cm가 되고, 여러 개를 연결하여 10여m가 넘는 것도 있다.
당나라 시인 원진(元稹)은 <영이십사기시 · 추분팔월중(詠廿四氣詩 · 秋分八月中)>에서
琴彈南呂調, (금탄남려조) 거문고로 팔월을 연주하니, 風色已高清。(풍색이고청) 바람은 이미 시원하구나. 雲散飄颻影, (운산표요영) 날리는 듯한 구름 그림자 흩어지고, 雷收振怒聲。(뢰수진노성) 진노한 듯한 천둥소리 그쳤네. 乾坤能靜肅, (건곤능정숙) 하늘과 땅이 고요해지니, 寒暑喜均平。(한서희균평) 추위와 더위도 균형을 이루네. 忽見新來雁, (홀견신래안) 어느새 기러기 돌아오니 人心敢不驚? (인심감불경)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추분을 맞아 가을 노래를 한가롭게 연주하는데,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어느덧 청량한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도 바람이 부니 흩어짐을 그림자만 보고도 알겠구나.
여름 내내 사람을 놀라게 하던 천둥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마치 온 천지가 조용하고 소슬하게 가을로 접어드니, 날씨도 춥지도 덥지도 않게 좋구나.
그런데 어느새 기러기가 돌아온 것을 보니 벌써 한해가 지나갔구나 하는 마음과 추운 겨울이 곧 오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음을 노래하고 있다.
* 남려(南呂): 음력 8월의 다른 이름. 12율(律)을 열두 달에 배치했는데, 남려는 8월에 해당한다.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 Times 박충순 전문위원 dksrhr2@naver.com (중국문학 박사. 전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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