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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순의 중국문화 기행(22)] -중양절(重陽節)과 상강(霜降)-

Eco-Times | 기사입력 2023/10/20 [08:31]

[박충순의 중국문화 기행(22)] -중양절(重陽節)과 상강(霜降)-

Eco-Times | 입력 : 2023/10/20 [08:31]

 

 

 





 

올해의 중양절과 상강이 10월 23일과 24일이듯이 매우 근접한 절기이므로 상강만의 풍속이나 절기음식은 별로 없다. 다만 과거 중국이나 조선시대에는 군령권을 상징하는 군기(軍旗)인 둑(纛) 앞에서 경칩과 상강 때 둑제(纛祭)라는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는 후금(後金)이 심양(沈陽)을 점령하고, 호혼하(扈渾河)로 되돌아갈 때 소를 잡아 기둑(旗纛) 제사를 지낸 것이 둑제의 시작이며, 명(明) 때 정착된 군대라는 특별한 집단의 행사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중양절을 중심으로 알아보겠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이래로 군신들의 연례 모임이 이날 행해졌으며, 특히 고려 때는 국가적인 향연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선 세종 때에는 중삼인 3월 3일과 중구인 9월9일을 명절로 공인하고, 중구를 무척 중요하게 여겨 늙은 대신들을 위한 잔치인 기로연(耆老宴)을 추석에서 중구로 옮겼으며, 또 중양절에 특별히 과거시험을 실시하여 이날을 기리기도 하였다.

 

중양절에는 제사, 성묘, 등고 등의 각종 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관리들에게 하루의 휴가를 허락하였다. 그래서 이날은 형(刑) 집행을 금하는 금형(禁刑)의 날이기도 하였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조선 전기까지는 시제(時祭)보다 기제(忌祭)를 중요하게 여기다가 중엽에 이르러 사대부들이 시제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는데, 일년 4회의 시제가 부담되었으므로 이를 춘추(春秋) 2회로 줄여 봄에는 삼짇날에, 가을에는 중양절에 지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하였다.

 





 

중양절(重陽節)은 한자문화권의 전통적인 명절이며, 음력 9월 9일을 말하고, 이 말이 처음 나타난 것은 유비와 조조가 활동하던 위촉오(魏蜀吳) 삼국(三國) 시기이다.

 

중양(重陽)이란 말은 《역경(易經)》의 ‘구구는 두 양의 수가 겹쳤다.(九九, 兩陽數相重: 구구양양수상중)’에서 유래 되었으며, 당나라 이후로 2월 1일의 중화절(中和節)·3월 3일의 상사절(上巳節)·9월 9일의 중양절을 삼령절(三令節)이라 하여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중양절의 유래에는 몇 가지가 있으나 그중에서도 남조시대 양나라 오균(吳均)이 지은 《속제해기(續齊諧記)》의 환경(桓景)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동한(東漢) 때 여남(汝南)이라는 곳에 환경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어느 해 그 지역에 큰 역병이 돌아 그의 부모도 죽게 되었다. 그는 동남산(東南山)으로 들어가 신선 비장방(費長房)을 찾아 스승으로 모시고, 역병을 퇴치할 수 있는 공부를 하였다.

 

스승인 신선 비장방은 제자인 환경에게 역병을 물리칠 수 있는 청룡보검을 주었다. 환경은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자리에 들며,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수련하였다. 어느 날, 비장방이 ‘9월 9일에 역병이 다시 올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가 역신을 물리치거라.’하며, 수유나무 잎 한 꾸러미와 국화주 한 병을 주고, 노인들을 높은 곳에 올라 화를 면할 수 있게 하라고 하였다.

 

9월 9일이 되자 처자와 마을 노인들을 이끌고 부근의 산으로 오른 뒤 수유나무 잎을 하나씩 나누어 주어 지니게 하고, 국화주 한 잔씩을 나누어 마셨다. 역병 귀신은 감히 이들을 해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환경은 청룡보검으로 역신의 항복을 받아내었다. 이 이후로 사람들은 9월 9일이 되면 높은 곳으로 올라 국화주를 마셨다.

 

중양절의 풍습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등고(登高: 높은 곳에 오르기)

중양절의 대표적인 풍습으로 높은 곳에 올라 깊어가는 가을의 경치를 감상하고, 국화주를 마시며, 집을 떠난 나그네가 고향의 가족과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달래는 기회로 삼기도 하였다.

 

2. 조상께 제사

추수를 통해 장만한 햇곡식으로 조상께 제사를 지내며, 성묘하였다.

 

3. 경노(敬老)

등고·수유 꽂기·국화주 마시기·향주머니 차기 등의 방식으로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을 표시하였다.

 

4. 수유 꽂기

9월 9일은 재난이나 어려운 일이 많은 흉한 날이라 믿어 액막이와 행운을 빌기 위해 수유나무 가지를 문 앞에 꽂거나 향주머니에 넣어 차고 다녔다. 수유나무는 요사스러운 악귀를 물리치는 벽사(辟邪)의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벽사옹(辟邪翁)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5. 연날리기

남부지방에서는 직접 연을 만들어 무병·장수(長壽)·행운(幸運) 등의 염원을 기원하며 날렸다.

 

6. 국화 감상하기

국화는 가을의 대표적인 꽃이며, 도연명(陶淵明) 이후로 고결(高潔)과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꽃으로 인식되었다.

 

7. 중양떡(重陽糕) 먹기

중양떡은 우리나라에서 추수를 마치고, 액운(厄運)을 물리치며, 풍요와 행운이 깃들도록 비는 고사(告祀)에 올리는 시루떡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8. 양고기 국수 먹기

양고기와 흰 국수를 먹는데, 이는 양(羊)과 양(陽)의 발음이 같으며, 흰 국수를 먹으면 장수와 모든 일이 순탄하게 잘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 당나라,시불(詩佛)로 불리는 왕유



 

당(唐)나라 왕유(王維)는 〈구월구일억산동형제(九月九日憶山東兄弟)〉에서

獨在異鄕爲異客, (독재이향위이객 : 홀로 낯선 땅에서 나그네 되고 보니)

每逢佳節倍思親。(매봉가절배사친 : 명절 때마다 식구가 몇 배나 그립네)

遙知兄弟登高處, (요지형제등고처 : 멀리서도 알겠지, 형제들 높은 데 올라)

遍揷茱萸少一人。(편삽수유소일인 : 수유 꽂으며 놀 때 한 사람이 적음을)

 

이 시는 중양절에 관한 시로 매우 유명하며, 왕유(王維)가 고향을 떠나 장안(長安)에서 과거 준비를 하던 17살 때의 작품이라 한다.

 

제목에서 ‘산동(山東)’이란 현재의 산둥성(山東省)이 아닌 '화산(華山)의 동쪽', 즉 고향을 말함으로써 향수가 짙게 깔려 있다. 중양절을 맞아 사람들은 모두 빨갛게 익은 산수유 나뭇가지를 꽂거나 높은 곳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며 즐긴다.

 

그러므로 왕유도 어린 나이에 장안에서 홀로 맞는 중양절이 무척 외로웠을 것이고, 함께 놀던 형제나 친구들 생각이 더욱 간절했을 것이다.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 Times 박충순 전문위원 dksrhr2@naver.com 

            (중국문학 박사. 전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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