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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순의 중국문화 기행] -하지(夏至)-

-일년 중 낮이 가장 긴 날 ,본격적인 장마 시작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 '라는 속담도 전해져...

Eco-Times | 기사입력 2024/06/21 [08:03]

[박충순의 중국문화 기행] -하지(夏至)-

-일년 중 낮이 가장 긴 날 ,본격적인 장마 시작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 '라는 속담도 전해져...

Eco-Times | 입력 : 2024/06/21 [08:03]

 

 



6월21일, 오늘이 하지다. 하지에 낮의 길이가 가장 길지만 기온은 오히려 하지가 지나면서 더욱 더워진다. 그리고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따라서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도 있다.

 

그러나 가뭄 대비도 해야 하므로 일 년 중 추수와 더불어 매우 바쁜 시기다. 과거 농촌에서는 메밀 파종,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매기, 마늘 수확 및 건조, 보리 수확 및 타작, 모내기, 그루갈이용 늦콩 심기, 대마 수확, 병충해 방재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또한 농촌에서는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는데, 우리나라는 예부터 3~4년에 한 번씩 한재(旱災)를 당하였으므로 조정과 민간을 막론하고 기우제가 성행했다.

 

중국에서는 하짓날이면 평소 볼 수 없는 몇 가지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였다.

 

-그림자가 없다 : 하짓날 정오가 되면 북회귀선이 지나는 곳에서는 말뚝의 그림자가 없어지는 기이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은 태양이 직각으로 비추기 때문이다. 현재 북회귀선을 표시한 지역으로는 광동성의 산두(汕頭)·광서성의 계평(桂平)•운남성의 묵강(墨江)·주해(珠海) 등이 있다.

 

-소나기 : 하지가 지나면서 대지는 강렬한 열을 받아 공기의 대류현상이 활발해진다. 그러므로 오후부터 저녁때까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리는 경우가 많으며, 그 피해도 큰 경우가 많다.

 

-매우(梅雨) : 하지 때가 되면 매실이 누렇게 익어가며, 양자강·회하 일대는 기온의 변화로 비가 자주 내린다. 매실이 익어가는 계절에 내리는 비라고 하여, 특별히 매우라고 한다.

 

▲ 익은 매실

 

하지가 되면 부채를 선물하기도 하였으며, 헐하(歇夏)라고 불리는 피서의 휴가가 주어졌다. 송나라 때의 《문창잡록(文昌雜錄》에는 ‘하짓날부터 백관들에게 3일간의 휴가가 주어졌다.’라는 기록이 있다.

 

하지 이후는 음기(陰氣)가 생기기 시작하고, 양기(陽氣)는 쇠퇴하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민간에서는 이와 같이 음양의 변화가 생길 때에는, ‘머리를 깎지 마라, 이날 머리를 깎으면 복을 깎아내는 것이다. 욕하지 마라, 이날 욕하면 자기와 욕먹은 사람에게 모두 좋지 않다.’라는 금기의 풍속이 있었다.

 

중국인들은 하지 때가 되면 날씨는 더워지고, 사람의 소화력은 떨어지므로 담백한 음식을 선호하고 기름진 음식은 회피하였으며, 과식과 폭식을 금하였다. 그러므로 몸의 열기를 낮춰줄 수 있는 보리•녹두와 같은 잡곡과 오이•참외와 같은 시원한 성질의 식품을 권장하였으며, 녹차와 같은 더운물을 많이 마시기를 권장하였다.

 

특히 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고, 쉽게 입맛을 잃게 되므로 토마토•포도•파인애플•레몬과 같은 신맛의 과일과 여주•깻잎•쓴 차(苦茶)와 같은 쓴맛의 음식 먹기를 권한다.

 

북경지방에서는 하지에 햇밀을 수확하여 국수를 해 먹고, 산동지방에서는 냉면을 먹었기에, ‘동지에는 만두, 하지에는 국수’라는 말도 있다.

 

절강성 소흥(紹興)지방에서는 하짓날 조상께 제사를 지내는데, 속칭 ‘하지전’이라고 하여, 일반적 제수용품 외에 애호박을 채 썰어 밀가루에 버무려 전을 만들어 먹는다.

 

무석(無錫)에서는 아침에 보리죽을 먹고, 점심에 혼돈(餛飩)이라는 만둣국을 먹는다. 만둣국을 먹는 데에는 화합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당나라 시인 위응물(韋應物)은 〈하지피서북지(夏至避暑北池)〉에서

 

晝晷已雲極,(주귀이운극) 한낮의 해시계 그림자는 벌써 짧아졌으니,

宵漏自此長。(소누자차장) 밤의 물시계는 이제 길어지겠구나.

未及施政教,(미급시정교) 아직 정책을 펴지도 못했는데,

所憂變炎涼。(소우변염량) 더위가 변하여 추워질까 걱정이다.

公門日多暇,(공문일다가) 관청의 하루하루는 짬이 많으나,

是月農稍忙。(시월농초망) 이 달 농사는 바쁘기만 하구나.

高居念田裡,(고거념전리) 편안한 집안에서 농삿일을 생각하니,

苦熱安可當。(고열안가당) 고통스러운 더위를 어찌 견딜까.

亭午息群物,(정오식군물) 한낮에는 모든 사물도 쉬니,

獨游愛方塘。(독유애방당) 나도 홀로 못 가를 거닐리라.

門閉陰寂寂,(문폐음적적) 문을 닫으니 그늘은 고요하고,

城高樹蒼蒼。(성고수창창) 성벽은 높고 나무는 푸르구나.

綠筠尚含粉,(녹균상함분) 푸르른 대나무 여전히 분을 띄고 있고,

圓荷始散芳。(원하시산방) 둥근 연꽃은 향기를 발산하기 시작하는구나.

於焉灑煩抱,(어언쇄번포) 여기서는 번뇌를 씻어내니,

可以對華觴。(가이대화상) 술잔을 대할 수 있겠구나.

 

하지를 맞아 북지라는 못가에서 피서하며 느낀 소회를 담담히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지방 현령으로서 계획한 정책을 미처 다 펴기도 전에 세월만 흐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하지에 추운 겨울이 쉬 돌아올 것에 빗대어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농민들은 이 더위에도 쉬지 못하고 고생하는데, 자신은 더위를 피해 여유롭게 쉬고 있음을 미안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안함도 잠시, 너무나도 더운 날씨로 모든 사물이 쉬고 있으니 나도 좀 쉴 수 있지 않으냐고 자위하고, 북지의 모습에 흡족해하며, 한 잔의 술이 생각난다고 솔직한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진심으로 애민(愛民)하였는지 궁굼해지는 모습이다.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 Times 박충순 전문위원 dksrhr2@naver.com 

            (중국문학 박사. 전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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