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알타이를 아시나요 ? - 고르노알타이스크 여행기 1 -

Eco-Times | 기사입력 2024/08/19 [09:14]

알타이를 아시나요 ? - 고르노알타이스크 여행기 1 -

Eco-Times | 입력 : 2024/08/19 [09:14]

 

 

▲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 전경

 

▲ 노보시비르스크 전경



필자를 포함한 한국의 러시아 연구자 일행이 지난 7월 중 순 무렵 알타이 체험 여행을 위해 시베리아 알타이로 향한 첫 걸음은 그보다 두 달 전인 5월 중순 고르노알타이스크에 있는 어느 여행사에 이 여행 계획을 전하면서 시작됐다.

 

7~8월은 러시아 전역에서 관광객이 밀려오는 성수기여서 숙소 확보가 급하다는 답이 왔고, 부랴부랴 예약금을 넣고 방부터 잡았다. 알타이에 가려면 노보시비르스크나 바르나울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 밖에는 이곳에 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이곳이 여행지로 낙점을 받은 이유는 일행 중 가본 사람이 없었던 데다 왠지 모르게 친근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모스크바에서 알타이산 꿀도 샀고, 상대인지 분골인지 하는 선물용 녹용도 산 적이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자연이 무척 아름답고 샤머니즘 기운이 넘치는 신비로운 땅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곳의 쿠르간(돌무덤)에서 출토됐다는 화려한 황금 장신구를 언젠가 에르미타시 박물관에서 본 기억도 있다.

 

알타이로 가는 길목인 고르노알타이스크에 이르는 여정은 길었다. 인천에서 출발해서 타시켄트를 거쳐 노보시비르스크 에 도착한 후 호텔에서 하루 묵은 다음, S7 항공편으로 한 시간 정도 비행 끝에 알타이공화국 수도에 도착했다. 자그마한 공항이었는데, 트랩을 타고 내려와 2층짜리 터미널 건물로 걸어가는 동안 심호흡이 절로 나왔다.

 

▲ 아시아의 알프스로 알려진 바르나울 전경 (알타이변강주의 수도)



시베리아 심장부의 공기는 역시 달랐다. 알타이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출발 하여 육로로 알타이 산악지대에 접근하는 관문인 바르나울은 알타이변강주의 수도다. 16만 8천 제곱킬로미터 면적의 완만한 산악지형에 230만 인구가 거주하는 행정 단위로 주산업은 농업과 목축이다.

 

알타이변강주는 서쪽으로 카자흐스탄 국경과 접해 있고, 시계 방향으로 노보시비르스크주, 케메로보주, 알타이공화국과 인접해 있다.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지역은 고도가 더 높은 산악지역인 ‘고르니 알타이’에 있는 알타이공화국이다.

 

▲ 고르노알타이스크 거리 모습 (알타이공화국 수도)



우리 일행이 비행기에서 내린 곳이 이 공화국의 수도인 고르노알타이스크다. 알타이공화국은 영토가 9만 2천 제곱킬로미터로 한국 면적만큼 되지만, 인구는 고작 21만 명에 불과하다. 이곳은 북서로 알타이변강주, 북동으로 케메로보주, 동으로 하카시아와 티바공화국, 남서 방향으로 카자흐스탄, 남쪽으로 중국, 남동쪽으로는 몽골과 맞닿아 있어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교차하는 지역이다.

 

현지 여행사가 보내준 일정을 보니, 어떤 날은 한 장소만 방문하는 걸로 되어 있어 의아했다. 한국에서 큰맘 먹고 떠나 는 여행인데 더 많은 장소를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더니, 영어 가이드와 노련한 기사가 운전하는 2023년형 일본제 차량이 전속 배정될 예정이니 도착해서 얼마든지 바꾸면 된다고 했다.

 

현지에 와보니 무슨 얘긴지 감이 잡혔다. 남한 면적에 육박하는 넓은 산악지대를 5박 6일간 가능한 한 많이 둘러보겠다니 여행사로서는 당황할 법했다. 일주일 미만 일정으로는 알타이 고산지대 곳곳을 둘러보기는 고사하고 주마간산으로 훑기도 버거웠다.

 

러시아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의 알타이 탐방대라 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출발한 지난 7월의 시베리아 여행은 결과적으로는 ‘알타이 맛보기’ 투어가 되었다. 그나마 수박 겉 핥기로 끝나지 않은 건 정확한 영어로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들려준 가이드 율리야와 길만 뚫리면 액셀을 밟던 운전기사 일리야 두 사람 덕분이었다.

 

율리야는 벨라루스 태생인데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건강한 땅을 찾아서 바르나울에 정착했고, 북극권 노릴스크 광산에서 일했던 일리야는 만성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 고르노알타이스크로 이주했다고 한다.

 

알타이의 젖줄 카툰강 바리캉으로 민 것처럼 매끈한 초록 구릉에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 몇 그루, 저 멀리 아스라이 펼쳐진 드높고 푸르른 산봉우리, 깎아지른 계곡 위로 힘차게 솟은 검푸른 타이가 숲, 광활한 스텝 지대를 수놓은 야생화 카펫. 알타이에서 만난 풍경들이다.

 

▲ 카툰강

 

▲ 텔레츠크호수

 

여러 화폭의 화룡점정은 알타이 산자락을 굽이굽이 감아 도는 카툰강이다. 현지어로 ‘여주인’을 뜻하는 ‘카듼’에서 유래했다는데 첫인상부터 예사롭지 않다. 연초록색 물감을 듬뿍 풀어 놓은 것 같은 뿌연 물결을 쏟아내는 카툰강은 알타이를 찾은 모든 사람의 탄성을 자아냈다.

 

일행 중 누구는 희한한 강물 색깔이 석회암 때문이라 했고, 다른 이는 만년설이 녹으면서 어떤 광물과 섞였을 거라고 했다. 안내자 말인즉슨, 이 지역에 널린 미세한 점판암 조각들이 모래 가루와 함께 부유하면서 햇빛에 반사되어 그렇단다. 하루에도 몇 번씩 건너고 또 강변을 따라 이동하곤 했던 카툰강을 차창 너머로 바라보노라면 몸에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 같았다.

 

가을이 오면 강물이 온통 터키석 빛깔로 바뀌는데, 황금빛으로 물든 자작나무 숲 사이로 연푸른 카툰강이 유유히 흐르는 절경은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운전기사가 거들었다. 거친 소용돌이로 모든 걸 쓸어가 버릴 듯 황급히 달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표변하는 카툰강은 일리야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드러운 여성 같지만, 때로는 성깔이 무척 까다롭고 속내를 알 수 없는 강”이었다.

 

알타이에 살면서 건강을 완전히 되찾았다는 머리에 노란색 머플러를 질끈 동여맨 기사는 우리와 함께 이동 중에도 자유시간이 생기면 얕은 강물에 뛰어들곤 했다. 여름을 나는 자신만의 건강 비법인 듯했다. 카툰강은 알타이의 바이칼이라 불리는 텔레츠크 호수에서 발원한 비야강과 합류해서 오비강 상류를 이룬다. 그리고 오비강은 바르나울과 노보시비르스크를 지나서 북으로 북으로 달려 북극의 카라해로 흘러든다.

 

카툰강은 알타이 관광지구의 중심축이다. 강을 끼고 양쪽으로 뚫린 간선 도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등장한 국내 관광 성수기를 맞아 러시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과 차량으로 붐볐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휴양 시설은 주로 산자락 밑에 있었는데, 관광객 유입이 부쩍 늘면서 강 바로 옆으로도 각종 숙박 및 휴양 시설이 들어서고 있었다.

 

텐트 야영장, 통나무로 지은 옛날식 숙박업소, 현대식 콘도, 높은 담장으로 외부 시선을 차단한 호화 단지 등 각양각색의 시설이 카툰강을 따라 즐비하다. 래프팅, 승마, 트레킹 광고 문구와 함께 꿀 판매 안내표지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카툰강의 수려한 풍광에 매료된 내 시선에 관광 중심지 알타이의 다른 면모도 보이기 시작했다. 강변 요지에 사람의 출입을 막고 공사를 진행하는 장면이 가끔 눈에 들어왔고, 규모가 제법 큰 현대식 건물 골조 위로 크레인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도 보였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던 고르니 알타이에 일종의 개발 열풍이 불고 있었다. 일부 지역이지만 알타이의 자연은 이미 몸살을 앓고 있었다. 소련 시대부터 유명했다는 알파인 스키 리조트 만제록도 마찬가지였다.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찾는 휴양지로 개발하기 위해 스베르방크가 막대한 자본을 투입했다는데, 2023년 오성급 호텔이 완공되면서 프로젝트는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호텔 앞에서 스키 슬로프 정상 까지 우리를 실어다 준 케이블카와 리프트는 내가 지금껏 타 본 설비 중 최고급이었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니 새로 닦은 슬로프 여기저기에 커다란 인공눈 제조 장비가 서 있었다.

 

율리야의 말로는 작년 겨울에는 눈이 오지 않아 이 장비의 도움으로 스키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알타이에 있는 고도 1,200m 슬로프에 겨울 눈이 내리지 않아 인공눈 위에서 스키 를 타야 했다니 믿기지 않았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만제록 호수는 온통 파헤쳐져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여기로 오는 도중 차 안에서 들은 설명대로라면, 이 호수는 특유의 식물 생태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배여야 했다.

 

어찌 된 영문일까? 역사가 아주 오래된 이 호수는 사람들의 손을 타면서 생태계 균형이 망가졌고, 현재 전면적인 복원 작업 중이라고 했다. 짐승 뿔 모양의 기이한 열매를 맺는 희귀한 수생식물 ‘칠림’의 꽃은 실물이 아닌 호텔 입구에 있는 스테인리스 조형물을 보는 걸로 대신해야 했다.

 

어디에 가나 ‘순수한 알타이 자연을 보전하자’라는 구호들이 적혀 있고, 자연 보호 차원에서 나무에 리본을 매는 샤머니즘 풍습도 자제해달라는 안내 문구가 눈에 띄었지만, 인기 관광지 고르니 알타이에서 환경 문제가 고민거리로 차츰 등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석양에 물든 알타이의 젖줄 카툰강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웠으나 마음 한구석은 씁쓸했다. 제철 맞은 관광업 노보시비르스크 톨마체보 공항에서 고르노알타이스크로 향하는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7~8월 두 달은 알타이 관광의 최고 성수기다.

 

▲ 알타이 사슴농장

 

우리가 예약한 카임스코예의 사슴농장 숙소는 알타이 팰리스 호텔과 똑같은 체인으로 운영되는데, 여유 객실이 전혀 없었다.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수시로 걸려 오는 문의 전화에 빈 객실이 없다고 답변하느라 바빴다.

 

사슴농장 숙소는 알프스 풍 별장처럼 지은 아담한 목조 건물인데, 한두 명 단위로 투숙하는 샬레(chalet)가 제법 간격을 두고 서 있었다. 시내에서 먼 게 단점이지만 여유로운 알타이 자연 속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저녁에 단지의 산책로를 걸으면 기분 좋은 건초 냄새가 미풍에 실려 왔고, 아침에 커다란 통창의 커튼을 활짝 열면 사슴 방목장의 싱그러운 초록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내부 시설과 비치 물품도 괜찮았고, 일정이 빠듯해서 이용할 기회는 없었지만, 야외 수영장과 추가 비용을 내고 입장하는 녹용 스파도 갖춰져 있었다. 시골에 있는 시설치고는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들 태도나 서비스도 만족스러웠다.

 

비용 대비 서비스 수준이 사뭇 실망스러웠던 과거 러시아 지방 소도시의 관광 인프라에 비하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다. 체크아웃할 때도 짐을 챙겨놓고 전화를 걸면 직원이 차량으로 본관 앞까지 데려다줬는데, 외국의 리조트 운영 방식을 본뜬 것 같았다.

 

그런데 숙소를 떠나 여행지로 가는 길에 들른 중간 휴게 소 상황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렬로 늘어선 수많은 가게의 매대에는 알타이산 약초와 차, 건강 보조 식품, 꿀, 기 념품 등이 가득했다. 20루블을 내고 입장하는 화장실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고, 후미진 곳에 있는 재래식 무료 화장실은 이곳을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면 발걸음을 돌려야 할 수 준이었다.

 

폭포 구경을 가서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폭포 아래서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 건 자유인데,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올라가서 폭포를 감상하려면 20루블을 내야 한다는 거 였다. 입장권을 끊는 것도 아니었고, 알타이족 얼굴의 어린 남자아이가 다리를 턱 꼬고 앉아서 나무 상자로 수금하고 있었다.

 

일행 중 한 분이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며 혀를 끌끌 찼다.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도 여름 한 철인지라, 지역 토착민이 점유권 같은 걸 행사하는 모양이었다.

 

노보시비르스크를 떠나 알타이를 관통하며 몽골 국경까지 연결되는 ‘추야 고속도로’는 이 지역 도로 교통의 대동맥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세계 10대 아름다운 도로 명단’ 에 올랐다는 이 길은 알타이의 북부와 중부, 남부를 차례로 통과하면서 서로 다른 풍광과 식물대를 보여주는 멋진 하이 웨이다.

 

▲ 추야 고속도로

 

▲ 알타이산



스텝 지대에 있는 카라콜스크 계곡으로 가는 길에 우리 일행을 태운 차량이 해발 1,717m 높이의 세민스키 고개에 서 휴식 차 멈췄다. 도로 양편으로 수많은 가게가 늘어서 있어서 마치 시장터 같았다. 어딜 가나 넘쳐나던 알타이산 차, 건강 보조 식품, 꿀 외에도, 민물 건어물, 훈제 육류, 민예품, 캐시미어 모자와 의류, 실크 제품 등으로 정말 다양했다.

 

가게 주인들의 얼굴에서는 다양한 민족 분포를 읽을 수 있었다. 알타이공화국 인구를 구성하는 주요 민족은 러시아인, 알타이인, 카자흐인 순서인데, 관광업으로 돈이 돌기 시작하자 외지 사람들이 무수히 유입되어 활동 중인 것 같았다.

 

머나먼 옛날 실크로드의 북쪽 노선이 바로 이 지역을 통과했었다고 하니, 온갖 장사꾼이 모여들어 세민스키 고개에서 상권을 형성한 것도 그럴 만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어느 날은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저녁 식사 대용으로 간단한 먹을거리를 살 겸 카툰 강변 식당가에 차를 댔다.

 

샤슬릭 굽는 연기가 흘러나오는 ‘우즈베츠카’라는 상호의 가게로 들어갔다. 당연히 주인은 우즈베키스탄 출신이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아제르바이잔에서 왔단다.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여름의 알타이에는 한 철 장사를 목적으로 러시아 국내는 물론 구소련권의 남쪽 나라 사람들까지 두루 흘러 들어오는 것 같았다.  

 

제법 격조 있는 레스토랑도 있었다. 카툰 강변을 배경으 로 야외 테라스를 설치한 ‘디코 브쿠스노(진짜 맛집)’라는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오는 곳 인데, 시설도 그렇지만 직원들의 예의범절이 알타이 현지 스 타일과 달랐다.

 

손님의 기분을 맞춰가며 주문을 받는 상냥함이나 세련된 서빙 태도 등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티가 났다. 여종업원 사샤가 우리 식탁 담당이었는데, 바르나울에서 왔다고 했다. 주문한 저녁 식사가 끝나갈 무렵 이 아가씨가 수완을 발휘했다.

 

만족한 표정의 우리에게 다가와 환하게 웃으며, 카툰의 별미로 저녁을 마무리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 강에만 사는 하얀 연어를 얼린 ‘스토로가니나’ 슬라이스 요리 인데 맘에 들 거라고 했다. 당연히 주문을 추가했고, 얼린 연어 고기 조각을 맛본 일행들은 기분 좋게 차량에 올랐다.

 

우리와 며칠간 함께한 율리야와 일리야도 여행사에만 그 냥 묶여 있는 가이드나 운전사가 아니었다. 이들도 여행 비즈니스의 작은 부분 한 꼭지씩을 각자 갖고 있었던 것이다. 여행이 종반으로 접어들 즈음, 율리야가 슬며시 자신이 운영하는 트레킹 얘기를 꺼냈다.

 

▲ 알타이 오지 여행 (자료사진)

 

열두어 명의 트레킹 그룹을 인터넷 을 통해 조직해서, 자신이 직접 설계한 오지 여행을 진행하는 것이 그의 전문 분야였다. 우리가 떠나고 나면 트레킹에 필요 한 식료품을 일괄 구매해서 요리사를 대동하고 베이스캠프 격인 숙소로 들어갈 예정인데, 그 사이에 영어 가이드 요청이 들어와 우리 팀을 맡은 것이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다음, 열흘의 전체 일정을 걸어서 소화하는 자연 탐방을 해야 진짜 알타이 여행이라는 것이었다. 햇볕에 보기 좋게 그을린 피부에 건강미가 넘치는 작은 체구의 율리야는 4,506m 높이의 알 타이 최고봉 벨루하에 열 번 넘게 오른 베테랑 가이드였다.

 

고속 운전을 즐기는 기사 일리야는 동작이 굼뜬 나 보고 알파인 스키를 즐기냐고 물었다. 스키 리조트를 구경하는 건 좋아한다고 농담했더니, 겨울에 여기에 오면 기막히게 아름다운 스키장을 자기가 안내할 수 있다고 했다. 새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백조들이 날아오는 호수를 향해 활강하는 스키의 묘미를 제대로 맛보려면 자기한테 연락해야 한다고 했다. 알타이에서 만난 두 친구 율리야와 일리야가 숨은 여행 정보를 나에게 알려준 건 비단 장삿속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김현택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명예교수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