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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순의 중국 문화기행 ] - 처서(處暑) -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때

Eco-Times | 기사입력 2024/08/22 [08:30]

[박충순의 중국 문화기행 ] - 처서(處暑) -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때

Eco-Times | 입력 : 2024/08/22 [08:30]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처서는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때이다.

 

이러한 자연의 변화를 『고려사(高麗史)』 에서는 “처서의 첫 5일간인 초후(初侯)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둘째 5일간인 차후(次侯)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셋째 5일간인 말후(末候)에는 곡식이 익어간다.”라고 하였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한다. 또한 여름 동안 장마에 눅눅해진 옷이나 책을 음지(陰地)에 말리는 음건(陰乾)이나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曬)를 했다.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어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말이 있듯이 파리, 모기의 극성도 사라져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처서(處暑)의 ‘處’는 ‘멈춘다. 쉰다.’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처서는 ‘혹독한 더위가 점차 멈추고, 더운 기운이 소멸하여 간다’라는 말이 되며, 더위에서 벗어난다는 ‘출서(出暑)’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가 있어서 이 늦더위를 ‘가을 호랑이’라는 의미로 ‘추노호(秋老虎)’라 부르기도 한다.

 

처서의 민속으로는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가을이 옴을 환영하는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

1.조상께 제사

 

2. 가을맞이

예전에는 음력 7월 초에 귀문(鬼門: 귀신이 출입한다고 여겼던 동북 방향, 또는 귀신이 출입한다는 동북 방향의 문)을 여는 의식을 하고, 월말에 귀문을 닫는다. 이 기간에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고혼(孤魂; 의지할 곳이 없이 떠도는 외로운 혼)을 위로하는 의식을 한다.

 

3. 토지신께 절하기

이때는 농작물이 한창 익어갈 때이므로 농가에서는 토지신을 모시는 사당에 가서 토지신께 각종 감사의 마음으로 향불을 들고 절을 한다. 또 밭 가운데 감사의 의미로 깃발을 꽂기도 하였으며, 이날은 밭에서 일하고 돌아와 손발을 씻지 않았는데, 이는 몸에 묻은 풍년의 기운을 씻어내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4. 풍어(豐漁) 기원

절강지역 어민들은 풍어를 기원하는 각종 의식을 거행한다.

 

5. 오리고기 먹기

‘칠월반압(七月半鸭; 7월 보름엔 오리),팔월반우(八月半芋; 8월 보름엔 토란)’라는 말이 있듯이 북경사람들은 오리고기와 백합(百合)의 뿌리줄기를 짓찧어 쑨 죽을 먹으며, 강소지역 사람들은 ‘처서 오리 보내니 무병하세요’라고 하며 오리 요리를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는다.

 

6. 약차 달이기

당(唐)대 이후 널리 유행하는 풍습으로 양차(涼茶: 몸의 화기를 내려주는 차) 다리기가 있다. 이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쓴맛의 차’를 마시어 여름내 쌓인 몸의 화기(火氣)를 제거해주며, 소화를 돕는다고 믿는다.

 

7. 산매탕(酸梅湯) 마시기

무더운 여름에 오매(烏梅)에 산사(山楂)와 계화(桂花), 감초(甘草), 설탕 등을 넣고 끓인 후 차게 해서 마시는 음료이다. ‘처서에 산매탕을 마시면 화기가 물러간다’라는 말이 있다.

 

농촌에는 다음과 같은 속담이 있다.

 

1. 처서는 아직 더워, 가을 호랑이 같아. (* 가을 호랑이는 늦더위를 말함.)

2. 더위는 곡식을 익히고 실하게 한다.

3. 처서에 내리는 비는 방울 방울이 모두 쌀이 된다.

4. 곡식이 점점 누렇게 되는 처서엔, 태풍 조심하라.

5. 들판이 온통 누렇게 되는 처서엔 집집마다 창고를 수리한다.

6. 처서엔 수수로 온 들판이 붉게 된다.

7. 처서엔 수수, 백로엔 곡식

8. 추수가 엉성하면 새 배가 터진다.

9. 처서에 목화꽃이 피면 시집도 못 간다. (바쁘다)

10. 처서에 배추를 심으면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게 없다.

 

송나라 때 시인 구원(仇遠)은 〈處暑後風雨〉에서

 

疾風驅急雨,(질풍추급우) 몰아치는 바람은 소나기를 밀어내고,

殘暑掃除空。(잔서소제공) 늦더위도 말끔히 쓸어갔네.

因識炎涼態, (인식염량태) 더위와 추위의 행태를 알지,

都來頃刻中。(도래경각중) 모두 순식간에 온다는 것을.

紙窗嫌有隙, (지창혐유극) 창문에 구멍 내서는 안 돼,

紈扇笑無功。(환선소무공) 비단부채도 소용이 없네.

兒讀秋聲賦, (아독추성부) 아이가 ‘추성부’를 읽으니,

令人憶醉翁。(영인억취옹) 술친구 생각나게 하네.

 

처서가 지나면서 바람이 부니 소나기도 늦더위도 모두 저만큼 밀려나고, 이제 곧 더위가 그렇게 왔듯이 추위도 또 그렇게 오겠지 하며, 애들 장난으로 난 창문의 구멍도 막고, 이제 쓸모없는 부채도 치워야겠다고, 시원한 바람 속에 추운 겨울이 옴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아이는 가을이 옴을 제 먼저 알고 구양수(歐陽修)의 추성부(秋聲賦)를 읽는다. 그 소리에 술친구 구양수가 생각난다고 노래하고 있다.

* 취옹(醉翁)은 구양수의 호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 Times 박충순 전문위원 dksrhr2@naver.com 

            (중국문학 박사. 전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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