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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샐러드 볼’, 카자흐스탄에 상륙한 한국 편의점

-가족들간의 '만남의 장'
-한국문화 전파의 창구

Eco-Times | 기사입력 2024/09/11 [10:14]

‘동양의 샐러드 볼’, 카자흐스탄에 상륙한 한국 편의점

-가족들간의 '만남의 장'
-한국문화 전파의 창구

Eco-Times | 입력 : 2024/09/11 [10:14]

 

 

▲ 카자흐스탄 한국편의점1호  '아나타나스 스퀘어점'

 

동양인과 서양인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나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 몽골의 평원과 스위스의 산맥,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시키는 협곡을 모두 보유한 나라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게다가 이런 나라에 한국식 CU 편의점이 있고 큰 인기마저 끌고 있다면 쉽게 믿을 수 있을까?

 

신기하게도 그런 나라가 존재한다. 바로 카자흐스탄이다. 필자는 2022년부터 총 14개국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어느 나라들보다도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 (CIS) 국가들에서 한국 문화 사랑이 뜨겁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류’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고 풀어서 말한 이유는 이들 국가에서는 단순히 K-팝과 K-드라마를 넘어서 한국어, 한국 음식 등 더 깊이 있고 세부적으로 한국의 다양한 문화에 대한 애정이 흐른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본 한국 문화 사랑은 어느 나라들 보다도 깊고 진심인 것 같았다. 필자가 2022년 8월 중순 러시아에 처음 도착한 당일 시내에서 태극기가 그려진 옷을 입은 러시아인을 본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최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택시를 탔을 때도 기사가 한국말을 능숙하게 구사하던 모습 또한 우연이 아니었던 듯하다. 특히 알마티에서는 한국 문화 사랑이 점점 더 깊이 뿌리 내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몽골에서 ‘국민 편의점’이 됐다고까지 할 정도로 국외 진출 편의점의 대명사 가 된 CU가 이제는 이곳 알마티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됐다.

 

CU는 2024년 3월 6일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 첫 번째 매장으로 ‘아스타나스퀘어점’을 개점한 후 지난 8월 31일 기준으로 이곳에 6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1호점부터 6호점까지 그동안 한 달에 하나씩 개점한 셈이다. 이처럼 비교적 빠른 기간에 여섯 개 매장을 연달아 연 것만 봐도 한국 편의점 브랜드가 이곳에서 얼마나 큰 인기를 끌고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카자흐스탄 CU는 한국 CU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먼저, 한국과 똑같이 모든 매장이 예외 없이 24시간 운영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직원들도 한국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들과 똑같이 근무복 조끼를 착용한다. 한국인이 들어가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 줄 때도 있는 것은 덤이다.

 

 

한국산 물품들도 부족함 없이 구비하고 있다. 맥심커피, 와사 비 맛 아몬드, 진로 소주, 딸기나 청포도 등 과일 맛 소주, 2%, 밀키스 데미소다, 불닭볶음면, 각종 컵라면 등이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얼음이 든 플라스틱 컵에 넣어서 마실 수 있 는 각종 음료를 판매한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차이점에 있다. 차이점은 언제나 강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알마티에서 문을 연 CU 매장들은 무엇보다도 ‘만남의 장’으로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곳 CU 편의점을 한마디로 ‘만남의 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게 가족 단위로 와서 컵라면 식사를 하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기 때문 이다.

 



이곳 편의점들은 앞에 넓은 공간을 확보하여 야외 테이 블을 대량으로 배치해 놓는다. 그래서 가족들뿐만 아니라, 친구들끼리 테이블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컵라면을 함께 먹는 젊은이들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곳 사람들이 컵라면이라는 음식을 먹을 목적으로만 편의점을 단체로 찾아오는 것보다도 한국식 편의점에서 모여 한국 문화와 분위기를 느끼는 행위 자체를 즐 긴다는 것이다.

 

이처럼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배경 으로 ‘만남의 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반갑고 기쁜 일이다. 카자흐스탄은 다양한 민족이 살고 여러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다. 이런 점에서 카자흐스탄은 ‘샐러드 볼’ *에 비유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가운데 한국 문화가 유독 큰 인기를 끌고 존중받는 것은 감사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카자흐스탄 CU 편의점이 한국과 다른 점은 진열 물품들에서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이곳 편의점에서는 한국 CU에서는 절대 팔지 않는 식료품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러시아어로 ‘콜바사’로 불리는 현지 제조 소시지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가보면 이런 소시지가 마트에 아주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

 

▲ 콜바사

 

알마티 CU 편의점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이곳에는 카자흐 사람들이 즐겨 먹는 말고기를 원재료로 만든 소시지가 눈에 많이 띈다. 이와 함께 러시아어 사용권 국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러시아식 팬케이크인 ‘블린’도 우리나라 편의점 도시락처럼 진열돼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처럼 편의점 하면 빠질 수 없는 삼각김밥도 준비돼 있지만, 이곳 삼각김밥은, 현지 진출 한국농수산 식품유통공사 소장님 말씀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에서 생산된 쌀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김밥 식감이 한국처럼 차지 지 않고 부서지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현지 쌀을 사용하는 데 있다고 한다.

 

▲ 러시아유제품

 

또 바나나 맛 우유는 한국과 달리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지 않고 두유 팩에 담겨 있다. 그런데 이곳에 는 러시아식 유제품이 많이 진열된 점이 특색이다. ‘랴젠카’ 와 ‘케피르’가 대표적 사례이다. ‘프로스토크바시노’ 우유도 있다. 러시아어권 사람들이 메밀을 삶아 밥처럼 익혀 만들어 먹는 ‘그레치카’와 함께 오트밀도 판매되고 있다. 아이스크림 은 한국식보다는 러시아식이 더 많다.

 

알마티 CU 1호점 옆에는 한국 길거리 음식 전문 식당 치코(CHICKO)가 있어 더욱 흥미롭다. 치코는 현재 러시아 전 국 36개 안팎의 도시에 문을 연 데 이어 카자흐스탄 등 중앙 아시아 지역에도 진출했다.

 

한국인들이 즐겨 마시고 먹는 간 식과 길거리 음식이 메뉴를 다채롭게 구성한다. 예를 들면, 버블티, 바나나 맛 우유, 라면, 불고기, 두부김치, 김치찌개, 국수, 잡채, 비빔밥, 라볶이, 카르보나라 떡볶이, 핫도그, 양념 치킨과 불닭치킨, 불고기버거, 모찌, 말차빙수, 딸기빙수, 붕어빵, 김밥, 도시락, 오이무침, 깐풍기 등이 있다.

 

특이한 점은 핫도그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게 응용되고 변형되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러시아와 중앙아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한국의 핫도그가 각종 양념이 많이 가미되고 외관도 화려하게 생긴 음식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카자흐스탄에는 치코 외에도, ‘Korean Street Food’, ‘NAN DUK’ 등 한국 문화를 활용해 운영되고 있는 음식점들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앞으로도 더 많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분명히 알마티를 중심으로 카자흐스탄 땅에 한국 문화가 점점 더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과 더 나아가 이런 한국 문화 존재감과 영향력은 양국 간 교류와 협력에도 매우 긍정적 전망으로 보인다..

 

 

* 샐러드 볼(Salad Bowl)은 서로 다양한 문화를 가진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문화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회 내에서 조화로운 통합을 이루어나가게 하는 이론이다. 각자 특성을 지켜나가며 어우러지는 조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샐러드와 비슷하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위키백과)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정지윤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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