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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순의 중국문화 기행] -소만(小滿)-

-보리.밀 이삭이 익어 가는 시기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

Eco-Times | 기사입력 2024/05/19 [18:52]

[박충순의 중국문화 기행] -소만(小滿)-

-보리.밀 이삭이 익어 가는 시기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

Eco-Times | 입력 : 2024/05/19 [18:52]

 

 



 

 

소만 때 쯤 들판의 보리 이삭이 누렇게 익어가는 시기다. 언제부턴가 우리 농촌에서 밀과 보리를 보기 어려워 졌다. 어쩌다 볼 수 있는 보리나 밀이 식용은 드믈고, 꽃꽂이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농부는 모내기 준비로 한창 바빠지기 시작하고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산야는 푸르러진다. 그러나 대나무는 오히려 누렇게 변한다. 새롭게 솟는 죽순에 양분을 주기 때문이다. 이 무렵에 부는 바람은 제법 차고 쌀쌀할 때도 있어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소만 때가 되면 중국의 남방은 비가 자주 오고 폭우가 내리기도 한다. 양자강 이남 지역에서는 강이나 호수에 물이 풍족하게 되지만 반대로 북방지역에서는 비가 아주 적게 내리거나, 전혀 안 오기도 한다 .

 

이때 북방은 기온이 급하게 올라 남방과 온도 차이가 거의 없게 된다.  소만(小滿) 때 보리나 밀의 이삭이 영글어가고는 있으나, 아직 꽉 차지는 못했다는 의미로 소만(小滿: 절기로서의 소만)에는 소만(小滿: 가득차지 못했다는 의미의 소만)하다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 소만(小滿)이라는 명칭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로 남방에서는 강수량이 많아 강이나 호수에 물이 풍부하다는 의미이며, 둘째로 북방에서는 곡식의 이삭이 아직은 부실하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소만 때의 모습을 송나라 구양수는 《소만(小滿)》에서

 

夜鶯啼綠柳, (야앵제녹류) 밤꾀고리 푸른 버들에서 울고,

皓月醒長空。(호월성장공) 밝은 달 만리창공에서 잠 못 이루네.

最愛壟頭麥, (최애농두맥) 아무래도 밭고랑 밀이 가장 좋지,

迎風笑落紅。(영풍소락홍) 바람맞으며 지는 꽃 웃으며 보내네.

 

꾀꼬리의 아름다운 울음소리와 푸르른 버드나무, 휘영청 밝은 달밤, 지는 꽃도 아쉽지만, 더욱 대견한 밀과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음을 노래하고 있다. 곧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다는 기대에 찬 소만 때의 풍경을 마치 한 폭의 그림같이 묘사하고 있다.

 

소만 때 즈음엔 기후가 고온다습하게 된다.  노약자들은 식욕이 떨어지고, 피부병에 걸리기 쉽다. 이 때 고채(高菜)라는 갓과 양매(楊梅)와 비파를 즐겨 먹는다. 고채는 식용들나물로 꽃이 화려하고, 맛은 쓰나, 더위를 이기는 약효가 있다. 그래서 청열해독제로도 쓰이고, 기를 보충해주는 약재로도 사용한다.

 

소만이 지나면서 강열한 햇볕으로 밀과 보리는 영글어 곧 수확하게 된다. 송나라 시인 구양수의 詩에서 보듯 소만은 기대와 희망의 절기이다.

 

[소만의 풍속]

 

-차신(車神) 제사

농촌에서 수차신에게 제사 지내는 풍습은 물이 끝없이 공급되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다. 소만 때가 되면 수차를 이용하여 물을 퍼 올릴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수차 발판에 어육(魚肉)과 향촉(香燭)을 제물로 올려놓고 제사를 지낸다. 제수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냉수 한잔을 올렸다가 제사 중간에 논에 뿌리는 것이다. 이는 항상 물이 풍족하기를 바라는 기원의 표시이다.

 

-양잠 제사

소만에 잠신(蠶神)이 태어났다는 전설에 따라 양잠 제사를 지낸다. 중국말에 ‘남자는 밭갈이하고, 여자는 길쌈을 한다’는 의미로 남경여직(男耕女織)이라는 말이 있다. 여직(女織)의 원료로 북방은 면화가 위주였고, 남방은 비단이 위주였다. 그러므로 이 풍습은 주로 중국 남부인 강소성·절강성 일대의 풍습이다.

 

 

[소만 관련 속담]

 

-소만 때가 되면 보리밭에 이삭이 점점 실해지기 시작한다.

-소만 무렵 강우량이 적으면 매실이 익을 때도 강우량이 적다.

-소만 때 비가 적으면 망종 때도 비가 적다.

-소만 때 비가 많으면 망종 때 홍수 조심해라.

-소만 때 비가 적으면 밥그릇 씻을 물도 없게 된다.

-밀, 보리는 소만 때가 되면 밤낮으로 누렇게 익어간다.

 

(소만은 24절기 중 8번째 절기로 올해는 양력으로 5월20일이다.)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 Times 박충순 전문위원 dksrhr2@naver.com 

            (중국문학 박사. 전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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