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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의 ‘노래로 읽는 사자성어 이야기’ (18)] -조삼모사(朝三暮四)-

Eco-Times | 기사입력 2024/05/21 [09:43]

[고재경의 ‘노래로 읽는 사자성어 이야기’ (18)] -조삼모사(朝三暮四)-

Eco-Times | 입력 : 2024/05/21 [09:43]

 

 



 

朝아침 조

三석 삼

暮저녁 모

四넉 사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장자의 <제물론> 편에 나오는 말이다.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가 직역이다. 원숭이들 먹이로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나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나 먹이의 개수는 똑같다. 하지만 원숭이들 입장에서는 아침에 네 개를 받을 때 더 만족한다.

 

이러한 상황을 빗대 간사한 꾀로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모습을 비유할 때 조삼모사 사자성어를 사용한다. 요즘엔 사람 사이에 이랬다저랬다 심한 변덕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한다.

 

블락비가 노래한 ‘Mental Breaker’ (작사·우지호, Borg Kevin James, Ubeda Marcos Olof Vicente 작곡·Borg Kevin James, Ubeda Marcos Olof Vicente)에는 조삼모사의 전형적인 예가 드러난다.

 

가사 도입부에서 화자는 연인과 ‘밤새 통화’를 하고 있다. 그 통화는 연인이 화자에게 ‘어디 있었냐고’ 집요하게 따져 묻는 ‘구박’의 내용이다. 그 ‘잔소리’가 얼마나 길었는지 화자의 전화기가 ‘방전’이 될 정도이다.

 

지금 화자 곁에는 친구들이 모여서 두 사람 사이의 긴 통화를 듣고 있다. 통화 시간이 길어지자 그 친구들이 화자에게 ‘여자 생겼냐고’ 물어본다. 이 질문에 화자는 주춤하며 ‘글쎄 모르겠다’라고 대답한다. 현재 화자의 머릿속은 매우 복잡다단하다:

 

‘우리 사이는 뭐야/Ooh ooh ooh/오빠 동생인 거야/Ooh ooh ooh/나랑 밥 먹고 영화 본 거/전부 다 네 show야’.

 

화자는 연인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 하지만 변죽만 울리는 숨바꼭질 식 행태를 보이는 연인의 ‘show’에 화자는 ‘큰 혼란’에 빠져든다.

 

어느 날 멘붕 위기에 직면한 화자는 국면 전환을 시도하며 ‘용기 내서’ 연인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연인은 화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다. 그리고 화자로부터 예전처럼 ‘또 물러서는’ 자세를 취한다. 이에 화자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채 연인의 무대응 태도에 헛갈리며 실망을 금치 못한다:

 

‘잘도 튕겨요/너란 공 공 공/날 갖고 노는 건지/.../바른대로 말해/친구 사이는 그래?/사귀자니 조건이나 매력이 좀 덜해?’.

 

엄밀히 말하면 화자는 연인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하지만 연인의 변덕과 밀당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화자는 차가움과 따뜻함이 교차하는 인물의 상징어인 ‘츤데레’ 생활을 끝내고 연인에게 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한다.

 

이렇게 능동적인 화자의 접근에도 불구하고 연인의 감정의 변화는 없다. 즉 연인은 입을 꾹 담은 채 ‘묵비권’을 행사한다. 그리고 조삼모사의 에두르는 변덕만 보여줄 뿐이다:

 

‘츤데레 생활 마감하고/마구 들이대면/넌 뜻이 있는 척/변화구를 던져/넌 묵비권 하고 있고’.

 

연인의 이러한 무반응에 화자는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라고 자조 섞인 말을 토로한다. ‘알다가도’ 모를 연인은 화자 입장에서 이해 불가의 ‘넌센스 퀴즈’인 셈이다. 급기야 화자는 ‘사태 파악’에 이른다. 연인이 행사 중인 묵비권은 두 사람 관계 발전에 ‘찬 물 끼얹는’ 것이며 고약한 ‘심보’의 발로라고 일갈한다.

 

이제 화자에게 연인의 변덕은 ‘불가사의’ 그 자체이다. 두 사람 관계가 ‘소꿉놀이’는 더욱 아니다. 연일 반복되는 연인의 ‘감정의 기복’에 화자는 너무 괴로워 혀를 끌끌 찰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반전이 발생한다. 연인의 밀당과 변덕에 지쳐 있는 화자가 뜻밖에도 자신의 연인에게 진심을 이렇게 말한다:

 

‘넌 변덕이 심해/매일 감정의 기복/그 와중에 너밖에 몰라’.

 

변덕이 죽 끓듯 하다라는 말이 있다. 언행을 이랬다저랬다 하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살다보면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는 똑같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아둔한 상황에 직면하는 조삼모사를 경험할 때가 부지기수로 많다.

 

특히 리더는 구성원을 조삼모사의 원숭이로 만들면 안 된다. 곡명 ‘Mental Breaker’의 변덕스런 연인도 상대방을 조삼모사의 원숭이로 만들어 화자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런 점에서 사욕을 버리고 중지를 모아 서로 합심하면 아름다운 공동선을 이룰 수 있다.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co-Times 고재경 전문위원 (배화여대 명예교수/영문학 박사/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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