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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성의 세계여행 (4)]-'조지아의 얼굴', 카즈베키 성삼위일체 교회-:생태환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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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성의 세계여행 (4)]-'조지아의 얼굴', 카즈베키 성삼위일체 교회-

Eco-Times | 기사입력 2023/04/25 [17:14]

[한용성의 세계여행 (4)]-'조지아의 얼굴', 카즈베키 성삼위일체 교회-

Eco-Times | 입력 : 2023/04/25 [17:14]

 

 

                

 

                                 

 

새벽녘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대찬 소낙비로 오늘 일정을 걱정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비몽사몽하는 내게 사이키 조명 같은 강한 햇살이 잠을 깨운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 창문을 살짝 열어 놓고 잤더니 밤새 차가운 산바람을 쐬서인지 목이 잠기고 컨디션이 별로이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 . ’ 

‘그건 한국 속담이고 여기는 <조지아>이니 감기 걸려도 뭐팔리는건 아녀.’

 

어제 밤 내렸던 비가 그쳤기에 망정이지 이번 코카서스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카즈베키산에 위치한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Gergeti Tsminda Sameba ; 성 삼위일체 교회)를 방문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아마도 수도원 또는 교회를 방문할 때마다 기도 드린 것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 아니었을까 

 

‘기도는 꼴랑 몇 초하고 대가를 바라능겨? 참~ 뻔뻔햐.’

 

머리가 띵한 상태에서 침대에 조금 더 누워 있으려는데 해님이 나오라고 유혹을 한다. 후다닥 고양이 세수에 긴팔 상의로 완전 무장(?)을 한 뒤 호텔 정원으로 나오니 눈 아래로는 구름이 깔려 있고 구름 사이로 간간히 마을이 보인다. 해발 2,300m. 그러고 보니 이곳이 백두산 천지보다 대충 100m 정도 더 높은 곳이다. 

 

 

 [시키산에 둘러싸인 마을이 엄마의 품처럼 아늑해 보인다. 구름 저 뒤로는 프로메테우스가 절벽에 매달려 있던 카즈베키산]

 

‘무릉도원에 사는 도인은 매일 이런 경치를 감상하며 이슬만 드시고 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산 밑으로 보이는 동네를 거만한 눈빛으로 꼬나보며 산뜻한 산공기를 잔뜩 가슴에 불어넣어본다. 마치 신선들의 아침맞이처럼. . . 

 

이리 저리 호텔 주위를 살피니 사방으로 높은 산들이 병풍을 치고 있다. 왜 이곳이 겨울 스포츠 스키로 유명한 리조트라는 말이 선뜻 이해가 된다. 높은 산들은 울창하기보다는 자그마한 잡목으로 파란 민둥산 같아 보이고 간간이 커다란 나무들의 군락지를 이루면서 그 뒤로는 만년설 봉우리를 꽃깔모자처럼 쓴 고봉들이 보인다. 이래서 유럽 사람들이 이곳을 ‘작은 알프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알프스’라며 최고의 여름 휴양지로 선호하나보다. 

 

오늘 방문할 카즈베키는 러시아 국경으로부터 15km 떨어진 곳으로 이곳 구다우리에서 한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달리고 있는 조지아 군사도로는 러시아가 터키(현 튀르키예)와의 전쟁을 위해 1863년 건설하였으며 수도인 트빌리시부터 러시아 국경까지 무려 213km나 된다고 한다.

 

어제 보르조미 국립공원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은 한참 달려와 하룻밤 묵은 구다우리는 높은 고원지대라 8월임에도 제법 쌀쌀하다. 

 

차장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곧 비를 내릴 듯 잔뜩 심통이 부리고 있는데 원색의 패러글라이더가 창공을 나르며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떨어지는 패러글라이더를 따라가다 보니 가파른 절벽 위에 빨강 파랑 등 강렬한 색으로 만든 구조물이 보인다.

 

 ‘이 높은 곳에 건축된 저 촌스러운 조형물은 뭐여?’ 일명 <구다우리 전망대>로 러시아가 그루지아(구 조지아의 러시아식 이름)와의 수교 200년을 기념하여 이런 모자이크 전망대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카즈베키교회가 있는 스테판 츠민다 마을로 가는 산중턱에 이런 전망대를 만들어주었는데 소련을 워낙 싫어하는 조지아국민들에게는 인기가 없고 우리 같은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구다우리 파노라마 전망대]

                1783년 조지아와 소련간 게오르기 예프스크 친선협정 200주년 기념으로 소련이 선물하였다                      

                 

 

 

아름다운 산 중턱에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을 지어주며 얼마나 생색을 내었을까? 미운 건 미운거고 여기까지 왔으니 봐야 되겠지만 곧 비가 쏟아질 듯하여 교회를 먼저 보고 되돌아오는 길에 들러 보기로 한다. 버스가 ‘갈갈’ 소리를 내며 힘겨워 하는데 차창 밖으로 2,384m의 정상 표지석이 보인다. 

‘야도 고산증에 걸렸구먼. 덩치만 컸지 허당여’

 

버스가 천천히 달리는 덕택으로 코카서스 산맥 고봉들의 만년설과 가파른 산 위에 밥풀 떼기로 보이는 양떼들, 도로 옆에서 무게를 잡고 있는 소들의 목가적인 풍경에 눈이 호강을 한다. 

 

 

           

                [까마득한 절벽 밑에 보이는 파란 도화지에 붙은 밥 풀떼기 같은 양떼들] 

 

겨우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을 달릴 만한데 차가 밀려서 버스가 속도를 못낸다. 얼마 전 폭우로 유실된 다리 공사로 인해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통과해서 산을 내려오니 이번에는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로 도로가 꽉 막혀 갈 수가 없다. 

 

‘깡촌 시골길에 교통체증이 뭐여? 우씨!’ 

 

러시아 국경과 연결되는 이 도로는 종종 러시아 국경 초소에서 예고없이 국경 폐쇄를 하거나 검색을 강화하면 조지아에서 물건을 실고 러시아로 가는 콘테이너 트럭들로 인해 이렇게 막히고 하루 넘게 기다릴 때면 기사들끼리 모여 밥을 해먹기도 한단다. 

 

‘설마 오늘이 그 날은 아니겄지? 정말 러시아도 싫고 무대뽀 공산당도 싫어.’ 

운전기사가 하차해서 여기저기 알아보더니 전방 4km까지 도로가 이런 상태라고 하며 반대차선으로 천천히 역주행을 하면서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잠시 갓길로 피했다 또. . .

 

그런데 자기 나라를 찾은 관광객을 태운 버스라서인지 반대편에서 오는 차들도 크락션을 누르며 윽박지르고 하는 모습은 전혀 없고 부딪칠 듯한 좁은 길을 무사히 지나치면 안전 운전하라며 서로 인사를 한다. 

 

‘내 눈에는 인사인데 혹시 욕하고 가는거 아녀? ’

‘찌질아!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꼬. 쯧쯧쯧’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니나노~~~’

 

어차피 오늘 중에는 보겠지? 오면서 멋진 코카서스 산맥의 고봉 형님들과 눈 맞추느라 자지 못한 낮잠이나 자자. ‘내가 언제부터 이리 느긋해졌지? 이제는 내도 나이를 묵긴 혔나벼.’

얼마를 잤는지 신나게 달리는 듯한 느낌인데 밤처럼 너무 징하게 자서 눈이 떠 지지를 않는다. 

 

20여분을 더 달려 스테판 츠민다 마을에 도착하여 산 정상에 위치한 교회로 가기 위해서는 4륜구동차를 타야 한다. 막간을 이용해서 마을 주변을 돌다 보니 골목마다 멍멍이들이 반겨주고 어떤 골목에서는 소가 길 가운데에 서서 ‘찌질아! 니 지나가려면 가봐?’하며 버티고 있다. ‘저런 꼬라지에게는 36계가 정답여.’ 되돌아 나오는데 어디선가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마을을 가로 지르는 시냇물을 건너서 동네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는데 어떤 놈이 내 다리에 자꾸 물을 무치는 것 같아 뒤를 보니 버스 정류장에서 처음 만났던 송아지만한 (약간 뻥...) 진돗개 사촌 되는 백구가 꼬리를 치며 놀아 달란다. 그러나 날카로운 진돗개 견상이 아닌 눈꼬리가 처진 ‘나 착하오’로 선하게 생겨 안심이 된다.

 

“백구야! 한국산 캔디 맛이나 봐라.”

‘와끄작’ 한입에 꿀꺽 한다.

“백구야! 귀한 수입산 사탕인데 빨아서 음미를 혀야제.”

옛다. 하나 더. . .  ‘와끄작’ 또 한입에 꿀꺽 한다.

 

“삼세번인데 이번에는 빨아 드셔유.” 결과는? 

그 백구는 한국말을 모른다는구먼. ㅋㅋㅋ

 ‘그런데 멍멍이한테 사탕줘도 되는겨?’   

 

조지아에는 성당, 광장 심지어 스탈린 박물관에도 덩치 크고 귀티가 나는 떠돌 멍들을 많이 봤는데 사람을 만나도 적개심을 나타내지 않고 오래 전에 만났던 친구처럼 반긴다. 그런데 모든개의 귀에 노란색, 녹색 등 표식을 달고 있는데 아마도 개 관리는 정부 차원에서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백구를 친구삼아 넋 놓고 돌아다니는데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집사람이 부르는 소리다. ‘백구야! 지금은 더 이상 줄게 없으니 내려와서 보제이. Bye.’ 

4륜구동차 도착했는데 내가 보이지를 않아 한참을 찾았다면서 한 소리 한다.

‘네~~~ 지는 욕먹어도 쌉니다’ 

그런데 나는 동네를 돌다가 멀리 산 위에 있는 성삼위일체 교회를 이미 봤는데 꼭 올라갈 필요가 있을까? 

 

이 마을에서 해발 2,107m 언덕에 위치한 성당까지의 거리는 대략 10km정도로 트레킹 또는 지프로 올라갈 수 있는데 차로 가면 20분 정도 걸린다. 마을 어귀를 벗어나 산길에 들어서자마자 ‘아이쿠. 사람 잡네’ ‘저 기사X 일부러 험하게 모는 거 아냐?’‘천천히 조심스럽게 달리라 그랴’ 등등 동승한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한다. 

 

그만큼 산세가 험한 곳을 우리가 차로 올라가고 있다는 거겠지요. 늦게 나타난 죄(?)로 앞좌석에 탑승한 나는 뒷좌석에서 ‘아쿠’하는 소리 날 때마다 기사와 은근한 눈웃음을 교환하며 재밌어라 한다.  내려갈 때 걱정을 미리 할 정도의 경사진 깔딱 고개를 어렵게 오르니 확 트인 평원에 비포장이지만 잘 다듬어진 도로가 교회가 있는 봉오리 밑까지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밑에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인데 시방 우리 천상에 올라온겨?’

 

       

        [깔딱 고개를 오르니 갑자기 나타난 평원 끝자락에 오늘의 주인공 성삼위일체 교회가 보인다. 

                멀지 않아 보여 걸어간다고 하였다가 엄청 후회했다]

    

                      

                      [교회는 본당과 종탑 2개 건물로 되어 있는데 교회 내부 사진은 허용되지 않는다. 

                                                                                                            교회 뒷마당은 까마득한 낭떠러지다]

 

 

  [ 필자 부부 / 성삼위일체 교회가 멀리 뒤로 보인다]

 

성 삼위일체 교회는 14세기에 지었으며 지리적으로 험한 곳에 위치하여 전란이 있을 때마다 트빌리시, 므츠헤타 등에서 종교적인 보물을 옮겨 숨겨놓았던 곳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평지가 시작되는 얕은 언덕에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데 교회로 유물들을 옮길 때 우선 이 십자가에 신고식을 하고 교회로 가지 않았을까? 

 

이 언덕에서 바라본 교회는 쉐키산맥의 고봉들을 배경으로 한 자그마한 교회에 불과하지만 비구름이 낮게 앉은 하늘에서 한줄기의 빛이 내려와 신비로움이 더욱 빛을 발한다.

 

나는 사진을 찍으려 평지 초입에서 내려 십자가에서 교회까지 걸어가기로 하였다. 교회로 가는 너른 평지를 걷다 보니 말들이 말뚝에 매여 있는데 일부 관광객들은 걷지 않고 이 말을 타고 이곳에 왔다고 한다. ‘사람을 등에 지고 가파른 길을 올라와서인지 많이 지쳐 보여 안스럽다. 

 

‘지금 너희들 기력 회복을 위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여기 있는 풀 많이 먹고 힘내자. 아쟈 홧팅!’

 

오뚝 솟은 봉우리에 위치한 교회는 두 동으로 나뉘어져 있고 종탑의 출입문을 통해서만 교회 본당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입구에는 짧은 치마, 반바지는 금지, 머리에 스카프 착용 등 유난히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것들이 안내판이 적혀 있는데 준비되지 않은 여성 방문객을 위하여 입구에서 치마를 빌려준다. 

 

 

          

           [본당에 들어가려면 이 문을 반드시 지나야 한다]

 

‘엥, 교회 내부는 사진촬영 금지인데 찍을만한게 없어서 그런감?’ 내부로 들어서니 기둥 없는 횡한 공간의 한 켠 벽면에 낡은 예수님의 성화와 그것을 비추는 몇 개의 촛불만이 덩그러니 있고 구름 낀 날씨라 중앙 돔에 설치된 자그마한 창문도 빛을 담지 못해 실내는 어둠침침하다. 

 

조지아 최고의 교회라는 찬사를 들었는데 생각하였던 것보다 심하게 소박하여 오히려 내가 민망할 정도이다. 겉으로 뭔가가 크고 화려한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나의 속세스러움을 반성하면서 벽면에서 나를 쏘아보는 예수님 뵙기가 쑥스러워 도망치듯 뛰쳐나왔다. 

 

교회 뒤 곁에는 깎아지르는 듯한 낭떠러지인데 어떤 안전장치도 없어 많이 위험해 보이기는 한데 이곳에서 떨어져 천당으로 승천하였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으니 이게 바로 주님의 보살핌이겠지.

 

 ‘찌질아. 근디 니 갑자기 진실한 신자 코스프레이를 왜햐? 남들이 착각하잖여.’ 

 

산아래로 보이는 협곡사이로 제법 큰 개울이 흐르고 더 멀리 보이는 마을들은 평화로움이 그득하다. 구름을 발 밑에 깔고 평화로운 마을을 내려다보니 아침에 구다우리 리조트에서 느껴 보았던 신선이 다시 된 듯하다. 산 아래 마을을 병풍처럼 아늑하게 싸고 있는 샤니산은 해발 4,456m로 꽤나 높은 산이지만 워낙 장다리 형님 산들이 많아 키 큰 난장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키 큰 난장이. . . 이게 말이 되능겨?’ 

‘뭘 따져. 글 쓰는 놈이 그렇다면 그런겨.’

 

 

    

       [보르조미 국립공원의 프로메테우스]

 

대장 산 답지 않게 저 멀리 구름 사이에 숨어 수줍어 하는 만년설의 하얀 꽃갈모자를 쓴 산이 바로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있는 해발 5,070m 카즈베키산이다. 인터넷에서 접했던 남성미가 물씬 나는 멋진 산인데 드리워진 구름으로 짱 형님을 만나는 것은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어야겠다. 

 

 ‘왕행님아! 트빌리시에서 한달살기 하게 되면 꼭 올게요. See U soon.’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왕 제우스 몰래 인간에게 불을 전달하고 사용법을 알려주었다고 제우스한테 미운 털이 박혀 카즈베키산 절벽에 매달려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을 주고 밤에는 손상된 간을 회복시켜 그 고통을 죽지 않고 영원히 느끼게 하는 벌을 주었다는 신화가 있다는 바로 그 산이다. 그러나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라스가 간을 쪼는 독수리를 죽여 프로메테우스를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켰다고 한다.

 

 ‘신화는 신화일 뿐. believe or not. It's up to you.’

 

 

                    

                  [모든 방문객에게 free of charge, 무한 리필로 생수를 공급하는데 근처에 헌금함 있다]

 

교회에서 계단을 통해 식수대로 내려오니 ‘마셔도 된다’는 표지판이 있으나 얼굴과 손만 씻고 입술만 축였다. 여행하면서 제일 조심하여야 할 것이 물갈이에서 오는 고통이 여행의 질을 엉망으로 만든다는 경험에 의해 식수라는 친절한 안내도 무시하고 물 맛보는 것을 쿨하게 포기한다. 서양분들은 무슨 성수를 만난 듯 엄청 마시고 심지어 물병에 받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 높은 산 중에 어떻게 이 식수대에 물이 콸콸 나오는 것일까?’

예수님의 二漁五餠의 기적?

 

교회 전체를 찍으려 건너편 작은 돌무더기 언덕으로 가니 두서너 마리의 말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못보던 친구인데 니 뭐하러 왔냐?’며 시비를 건다. 

‘신경 뚝 끄시고 식사나 하셔.’

 

사진을 찍다보니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지 시골의 작은 교회와 같이 너무 소박한 모습에 약간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목숨 걸고 올라왔는데 넘 하시는 것 아닙니까?’

‘찌질이 니 이리로 와봐. 확 차 뿔라. 이곳에서 그런 마음 갖는 놈은 너뿐여.’

내 마음을 읽었는지 누렁 말이 내게로 성큼 다가와서 잽싸게 언덕 밑으로 내달려 지프차에 몸을 감춘다. 

 

         [와이너리 지하 바닥에 묻혀 있는 크베브리]

 

            

             [성당 담장 밑에 크베브리 항아리가 묻혀있다. 정교회 신부님들의 건강을 위하여. . .]

 

내려올 때는 미안해서 앞좌석을 양보하였는데 내려와서 앞좌석에 탔던 분이 내려오는 길이 너무 가파라서 차가 전복될까 엄청 무서웠다고 한다. 

‘죄송혀유. 지는 배려해서 그런거지 일부러 그런거 아닌디유’

 

마을 어구에 도착할 즈음 베트남 우기 때 스콜처럼 손가락 굵기의 소낙비가 쏟아지는데 우산도 우비도 모두 버스에 있어 맨몸으로 비를 쫄딱 맞으며 식당으로 뛰었지만 물에 빠진 동양쥐, 서양쥐 그리고 한국 생쥐들 모두가 서로의 몰골을 보며 어이 없는 웃음만 주고 받는다. 

 

여름이지만 고산지대라 제법 한기를 느끼는데 따뜻한 스프로 시작된 점심은 시골식당 같지 않게 정갈하고 맛있다. 비 맞은 뒤 소주 한잔을 더하니 아주 조으다. ㅋㅋㅋ

 

‘웬 소주냐고?’ 일행 중 소주 애주가이신 술공급책 조 선생님이 점심, 저녁으로 무한 리필 중이다. ‘조 선생님의 소주 호로병은 언제나 마를까?’

(이번 여행을 계기로 동부인해서 아직까지도 소주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매주 예배를 보기 위해 2~3시간 걸어서 갔던 그 옛날의 조지아정교 교인을 생각하며 자동차로 편하게 올라갔다 온 주제에 이런저런 불평하는 나의 부족한 마음을 냇가에 흘려 보낸다. 아마도 교회로 예배를 보러 가기 위해 산을 오르면서 일주일 동안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참회의 시간을 갖음으로 예배 참석 전에 이미 죄사함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다. 

 

‘하나님 고마워유. 여기까지 와서 비 땜시 저 위에 있는 하나님 집에 못갔으면 real 미워할 뻔 했슴다.’ ‘야가 소주 한잔에 취했나 웬 회계모드여?’ 

 

​버스를 타고 왔던 평지를 지나 가파른 언덕길로 접어들자 다시 쏟아진 소낙비는 버스 앞창 와이퍼로 빗물을 쳐내도 보이지 않을 정도인데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잘도 달린다. 산 위의 양떼와 소떼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땅에 머리를 박고 뭐를 먹는지 움직이지 않고 목동들은 어디로 피했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아까 지나쳤던 파노라마 전망대가 보이는데 ‘비를 맞으며 꼭 봐야 하나?’ 순간의 망설임을 뒤로 하고 얼른 비옷을 입고 나갔다. 분명 8월 여름인데 산 아래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반바지를 입어 노출된 다리와 비 맞아 적은 셔츠를 파고들어 참기가 힘들 정도로 춥다. 그렇다고 사진을 포기하고 돌아갈 내가 아니다. 

 

폭풍우(?)를 맞으며 전망대로 가보니 중앙에 타마르 여왕, 조지아 국명이 된 聖게오르기우스 saint George가 창으로 용을 찌르는 장면 그리고 여러 신화나 역사이야기를 원색의 모자이크 타일로 만들어 놨는데 조금은 조잡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소련이 자선사업한 것도 아니고 큰 돈 안들이고 생색 내기에는 아주 딱 일 것 같다. 나처럼 세계 각국에서 오는 관광객들 모두가 소련이 지어준 것으로 기억할 테니까.

 

‘에공 조잡햐. 소련 니들하는게 모두 그렇지 뭐~~~’

 

이왕 온거니 제대로 보자는 심정으로 전망대 뒤쪽으로 가니 비가 오는 중에도 탁 트인 풍광이 코카서스 산맥의 웅장함을 다시 느껴본다. 아침에 이곳을 지나치면서 봤던 패러글라이딩은 지금 비바람으로 탈 수는 없지만 날씨 좋을 때는 강하게 부는 바람으로 쉽게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다. 

 

갑작스런 돌풍으로 더 이상 한기를 참지 못하고 버스로 돌아오는데 도로 옆에서 꿀, 악세서리, 양털모자 등을 파는 상인들이 비를 피하려 덮어 논 비닐을 들어올리면서 물건을 사라고 길을 막는다.

 

‘비 속에서도 물건을 팔아야 되는 심정을 알겠지만 비 쫄딱 맞고 추워서 입술이 새파래진 놈을 부여잡고 물건을 사라고 겁박(?)하면 짜증나지. 안그래요?’

 

냅다 달려서 버스에 오르니 후덥지근한 실내공기로 안경에 김이 서려 아무 것도 안보인다. 급한 김에 우비를 입고 탔는데 벗을 곳이 없어 다시 내려 비를 맞으며 우비를 벗어 털고 버스에 오르니 완전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었다. 주접도 이런 주접이 없다. 다행이 맨 뒷좌석이라서 눈치 보며 윗옷을 벗어 알몸을 수건으로 닦고 마른 옷으로 입었는데도 오슬오슬 추위가 밀려와 체면 불구하고 패딩 점퍼로 몸을 돌돌 감아본다.

 

차에 표시된 외부온도가 영상 10도이다.  ‘8월이면 한 여름인데 영상 10도가 뭐여?’

‘여기가 해발 2,100m이고 비까지 오잖여.’

 

진상을 떨은 댓가는 너무 가혹했다. 트리빌리로 가며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경치는 제쳐 두고 감기기운으로 컨디션이 급격히 가라앉아 한여름 닭처럼 깜빡깜빡 졸았다. 

 

‘찌질아! 니 낮잠 자려고 여기까지 왔냐? 참 가지가지헌데이’

어느덧 도착한 호텔 앞마당의 해바라기들이 반기며 웃는다.

 

 “Gamarjoba (가마르조바 = 안녕)  mr. Han!”

 

 

 

Eco-Times 한용성 여행작가 /글.촬영 

 [前 금호타이어 사장. 現 케이프투자증권(주) 고문]

 

생태환경뉴스 Eco-Times / 홈페이지: ee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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