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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의 ‘노래로 읽는 사자성어 이야기’(6)] -상선약수(上善若水)-

Eco-Times | 기사입력 2023/04/11 [09:05]

[고재경의 ‘노래로 읽는 사자성어 이야기’(6)] -상선약수(上善若水)-

Eco-Times | 입력 : 2023/04/11 [09:05]

 

 



상선약수(上善若水)는 ‘지극히 착한 것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중국 노자 사상의 핵심인 선(善)은 자연과 도를 의미한다. 주지하다시피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한다. 하지만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다. 따라서 다투지 않는 부쟁(不爭)을 의미하며 그냥 낮은 데로 흘러갈 뿐이다.

 

물에서 배우는 인생은 낮은 곳으로 향하는 겸손, 오염을 말끔히 제거하는 정화, 그리고 모든 것을 품는 사랑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선약수를 고도의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는 선과 물의 관계에서 사랑을 함의하는 선과 물의 관계로 현대적으로 재해석 해보는 것도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알리가 노래한 ‘서약’ (작사·곡 홍진영)에서 순수한 남녀 사랑을 지향하는 선과 물의 은유적 관계를 탐색해보자.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한다: ‘한 사람만/사랑하게 해주소서/흔들리지 않는 맘을/내게 주소서/흐르는 강물처럼/영원하기를’. 곡명 ‘서약’의 도입부부터 표출되는 화자의 거침없는 일성은 지극히 착한 것은 곧 사랑임을 선포한다. 게다가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게 해달라는 서원을 한다. 이는 마치 광야에서 울부짖는 아름다운 사랑의 절규이자 외침으로 들린다.

 

누구든지 연인과의 사랑에는 상승과 하강의 과정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때로는 마음이 흔들려 번민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만큼 사랑은 실천하기가 매우 어렵고 힘들다. 아무리 모진 비바람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 맘을’ 간청하는 화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깊이와 울림이 골수에 사무치게 느껴진다. 이어서 화자는 자신의 연인에 대한 사랑이 ‘강물처럼’ 영원히 흘러가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염원한다.

 

최고의 선(善)인 사랑은 물처럼 낮은 데로 그리고 궂은 데로 흐르는 겸양을 지녀야 상대방을 이롭게 하고 그 관계가 지속 가능하다. 모든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신을 겸손하게 비울 때야 비로소 사랑의 아픔도 치유될 수 있다. 물은 모든 것을 녹여내 융합시킨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랑도 겸허해지면 모든 장애물을 무너뜨리고 사랑의 용광로에 완전히 녹여내 좋은 관계로 재탄생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화자는 자신의 ‘숨이 다하는 날까지’ 연인이 자신의 ‘마지막 사랑’이기를 간구한다. 더 나아가 연인만을 신뢰하고 연인의 ‘손’을 놓지 않고 ‘사랑하다’ 죽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짐한다. 이처럼 화자에게 연인은 최고의 가치이자 선이며 훌륭한 ‘선물’의 상징물이다. 따라서 연인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서 영원히 사랑할 것을’ 서약한다.

 

곡목 ‘서약’의 후반부로 진입할수록 연인을 향한 화자의 사랑의 세레나데는 가히 낭만적일 뿐만 아니라 필사적이다. 이제 화자가 꿈꿀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자신의 연인과 ‘같이 늙어 갈 수’ 있다는 간절한 소망뿐이다. 둘이서 ‘함께 밥을 해먹고’ 연인의 따스한 품 안에서 ‘잠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많이 ‘아파도 주는 거니까’ 연인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이렇게 목청껏 절규하며 고백한다: ‘그대를 사랑 합니다/죽어도 사랑 합니다’. 죽을 만큼 사랑하고 ‘죽어도’ 사랑한다는 화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사랑은 오로지 자신의 연인뿐이다. ‘세월 따라 모두 떠나도’ 화자의 심중에는 연인만 ‘피고 집니다’라고 언급하며 다시 한번 순결한 사랑을 재확인한다. 마지막으로 화자는 다시 세상에 태어나도 지금의 연인을 만나서 ‘사랑하다’ 죽을 것임을 진정으로 맹세한다.

 

물은 고대 그리스 자연 철학자 탈레스가 말했듯이 ‘만물의 근원’이다. 생명의 젖줄이요 요람이기도 하다. 또한 무명의 산골짜기에 매우 작은 물방울이 모여 냇물이 되고 강을 이루어 바다로 가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또한 물은 네모 통에 담으면 네모난 모양이 되고 동그란 통에 담으면 동그란 모양이 된다. 즉 물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은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지니고 변화의 흐름에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파노라마 같은 삶 중에서 사랑은 지극히 착한 상선(上善)이 아닐까 싶다. 종교적 사랑이 선의 본류라면 세속적 의미의 남녀 간 사랑은 선의 지류로 고려해볼 수 있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이 겸허의 상징이듯이 곡목 ‘서약’의 화자 경우처럼 남녀의 사랑도 상호 존중과 겸양이 전제되면 최고의 선으로 꽃 피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co-Times 고재경 전문위원 (배화여대 명예교수/영문학 박사/작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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